4년 사이 5배 빠른 AI 도입…'대기업 중심' 구조 심화
국내 기업의 인공지능 도입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30인 이상 국내 기업의 AI 도입률은 2023년 말 기준 5%로, 2015년 0.03%, 2022년 1.5%와 비교하면 생성형 AI 확산 이후 도입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상황이다. 그러나 이 성장은 모든 기업에게 균등하지 않다.
기업 규모별 도입률을 보면 격차가 두드러진다. 30~99인 기업이 3.5%에 그친 반면, 500인 이상 대기업은 16.9%에 달한다. 100~299인(8.7%), 300~499인(12.4%) 기업의 도입률도 규모에 따라 뚜렷하게 상승한다. 재정 규모도 결정적이다. AI를 도입한 기업의 평균 자산은 2조 원으로, 미도입 기업(6779억 원)의 3.1배이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20%, 공공 부문은 22.1%의 도입률을 보인 반면 중소기업은 2.4%에 불과하다.
고숙련화하는 일터, 저숙련 일자리는 사라진다
AI 도입이 직종 구성에 뚜렷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AI를 도입한 사업체에서 관리직·전문직 등 고숙련 직종의 비중은 2019년 30.3%에서 2023년 35.6%로 5.3%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단순직 등 저숙련 직종은 9.4%에서 5%로 4.4%포인트 하락했다. 흥미로운 점은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과의 차이다. 미도입 기업의 고숙련 비중 증가는 1.7%포인트, 저숙련 비중 감소는 1.3%포인트에 그쳤다.
차이는 2배 이상이다. 이는 AI 도입 자체가 직종 재편을 촉발한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AI 도입의 주요 목표로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65.3%)을 꼽은 만큼,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는 자동화되거나 감소하는 추세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AI 도입 장벽, 그리고 불균형의 심화
실제로 많은 기업이 AI 도입을 원하지만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AI 도입 기업의 49.8%는 '기술 부족'을, 48.7%는 '과도한 비용'을 주요 장애 요인으로 답했다. 문제는 이 장벽이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자금과 기술 역량이 풍부한 대기업과 공공 부문은 빠르게 AI를 수용하고 조직을 재편하는 한편, 중소기업은 초기 비용과 기술 확보의 어려움으로 도입 진입장벽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고용 감소가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이 지적한 대로 "AI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도입 기업들도 매출,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등에서 아직 유의미한 경영 성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효과가 아직 누적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론: 기술 격차가 곧 고용 격차
현재의 추세는 명확하다. AI는 고숙련 업무로의 구조적 전환을 가속화하는 한편, 기업 규모와 재정 여력에 따른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취해야 할 조치는 다음과 같다.
- 중소기업 지원 강화: 초기 AI 도입 비용 지원과 기술 인프라 구축 지원 필요
- 직업 재교육 확충: 저숙련 인력의 고숙련 업무로의 전환을 돕는 교육훈련 프로그램 확대
- 지역별 AI 역량 불균형 해소: AI 도입률이 낮은 지역의 인적자본 개발 우선 투자
AI 도입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기업 규모별, 지역별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체계적인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