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앞에서 우리가 놓친 것

6월의 마지막 주말, 날씨 예보를 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다가올 여름의 무더위가 얼마나 심할지, 이 계절을 어떻게 버틸지 하는 작은 불안감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거든요. 아마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요즘 같은 시절, 계절의 변화 앞에서 괜찮을까 하는 작은 걱정을 품은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요.

그런데 남산에서 열린 2026 남산 서머 페스티벌의 '펀앤워크' 현장을 직접 다녀오니, 그 불안감이 한결 부드러워진 기분입니다.

1,000여 명이 모인 초록빛 길 위에서

오전 9시, 백범광장은 참가를 신청한 약 1,000여 명의 시민들로 가득했습니다. 아직 한낮의 열기가 풀리지 않은 시간인데도, 그곳에는 가족과 함께, 친구들끼리, 연인과 손잡고 온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출발 전 치어리더들의 구호에 맞춰 몸을 풀던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는 나와 같은 불안감을 안고 이 자리에 왔을 것이고, 여기 모인 모두가 조용히 위로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말입니다.

'펀앤워크'는 백범광장을 출발해 북측순환로의 미션 구간을 거쳐 남측순환로를 따라 팔각정까지 이어지는 약 6km의 여정이었습니다. 단순한 걷기가 아니었습니다. 약 2시간여 동안 남산의 수려한 풍경을 온전히 느끼며, 경쟁 대신 함께 호흡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초록빛 속에 숨어 있던 작은 기쁨들

걸으며 마주한 것들이 사소해 보였지만, 그 사소함이 모여 마음을 채웠습니다.

북측순환로 곳곳에 마련된 '이색 미션 존'들은 걷는 즐거움을 배가시켰습니다. '워터포그 존'에서는 시원한 물안개 속을 걷는 신비로운 경험을 했고, '대형 얼음 존'에 들어서자 한낮의 열기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청량감을 느꼈습니다. 숲길 사이로 울려 퍼지는 버스킹 음악에 맞춰 어느새 발걸음이 춤을 추고 있었고, 아리수 음료 체험존에서 마신 물 한 잔이 이렇게 소중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진 음악들이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마음의 여유를 다시 찾게 해주었거든요.

팔각정 너머, 전통이 건넨 손

약 2시간여의 걸음 끝에 도착지인 남산타워 팔각정에 닿았습니다. 완주의 기쁨을 포토존에서 기념 사진으로 담고, 주최측에서 나누어주는 완주증으로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팔각광장에는 또 다른 위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개 부채 만들기, 책갈피 만들기, 액막이 고양이 키링 체험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가족 단위로 참가한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함께 만드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바로 문화가 주는 따뜻함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더위를 이겨낼 에너지를 얻다

여름의 시작 길목에서 남산이 선물해 준 특별한 하루 덕분에, 다가올 무더위도 기분 좋게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가득 얻었습니다.

혹시 당신도 무더위가 두려우신가요? 무더운 계절을 어떻게 버틸지 걱정되시나요? 그렇다면 남산에서 열리는 문화 축제들이 바로 그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약 1,00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약 6km의 녹음 속을 걷고, 북측순환로의 다양한 체험 존에 들어섰다 나오다 보면, 언제 그런 불안감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사실, 초록빛 숲길을 걷는다는 사실, 그리고 남산이라는 서울의 상징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