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우리들의 밥상' 전시 소식을 봤습니다. 솔직히 '음식 전시?'라며 가볍게 넘어갔다가도, 차라리 우리가 매일 먹는 밥 한 그릇에 이렇게 깊은 역사가 담겨 있다니 하면서 마음이 자꾸 돌아갔습니다. 요즘 K푸드가 세계적으로 인기라는 것도, 사실 이렇게 오랜 시간 다져진 문화 위에 서 있구나 싶으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우리 밥상의 뿌리를 만나다
'우리들의 밥상'은 7월 1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특별전으로, 청동기부터 조선시대까지 음식과 관련된 옛 문헌과 그림 684점을 소개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약 3000년 전 불에 탄 볍씨도 전시된다는 점입니다. 수천 년 세월 속에서도 그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있다니,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벼농사에 집념했는지 느껴집니다.
전시는 쌀이라는 한반도 밥상의 주인공부터 시작해서, 재배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쌀을 개량해온 우리 조상들의 노력을 다룹니다. 단순히 '옛날엔 이렇게 먹었다'는 식의 전시가 아니라, 왜 그 음식을 먹었고, 어떻게 만들었으며, 그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들여다보는 식입니다.
그림 속에 남겨진 삶의 맛
조선 화가 변상벽(1726?~1775)의 그림 '닭과 병아리'에는 "인삼, 백출과 함께해야 기이한 공훈을 세우겠지"라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즐기는 삼계탕 같은 음식이 벌써 그 시대에 존재했다는 뜻이죠.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정조의 신하들을 위해 내려진 음식상을 읊은 시도 있습니다. 그 중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빨간 대추 송편은 꿀로 소를 넣었고 / 푸른 연잎을 잘게 썰어 감자와 함께 삶았네 / 잘라 놓은 멧돼지 고기와 곰 발바닥 구이 / 말린 넙치 포, 누치와 청어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음식들이에요. 다산의 글과 변상벽의 그림에서 우리는 단지 옛날 음식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과 정서, 그리고 관계까지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신문에 담긴 밥상의 변화
음식문화 전시가 또 하나 있습니다. 신문박물관 PRESSEUM의 '신문 위에 차려진' 전시인데, 1896년부터 1990년대까지 신문 기사를 통해 그 시절 사회와 식문화의 상호작용을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과거 요리법이 어머니에게 딸로만 전승되다가, 신문이 보편화하면서 조리 지식이 표준화된 정보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1925년 4월 15일 동아일보에 실린 '조부모 전병 과자' 만드는 법 기사에는 구체적인 재료와 조리법이 적혀 있습니다. 재료는 계란 한 개, 우유 다섯 작, 사탕 한 홉 등이고, "가운데 건포도 1개를 박아 넣든지 흰 각설탕을 가루로 해서 뿌려 구운즉, 아름답고 맛이 좋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신문에 차려진 밥상은 단순한 레시피가 아니라, 여성 인권과 사회 변화까지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결론: 우리 밥상의 뿌리를 붙잡다
우리 음식에 대해 가끔 괜찮을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K푸드가 세계적으로 뜨는 요즘, 정말 우리 것인지 자신감이 흔들릴 때도 있죠. 하지만 이번 전시를 보면 우리 밥상의 뿌리는 3000년이 넘습니다. 시대마다 사람들이 그 밥상 위에 삶을 담았고, 손맛을 섞었고, 사랑을 담았습니다.
혹시 한국 음식문화의 깊이가 궁금하다면, 이번 기회에 국립중앙박물관의 '우리들의 밥상'(10월 25일까지) 또는 신문박물관의 '신문 위에 차려진' 전시를 방문해보세요. 우리가 매일 먹는 밥 한 그릇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마음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깨닫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