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도서전에서 본 청년들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종이책을 손에 들고 몇 시간을 줄을 서는 모습.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그 줄이 더 길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빛나고 있다는 실감이 처음일 정도입니다.
라틴아메리카 최대 규모의 도서 행사인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도서전의 에세키엘 마르티네스 총괄국장은 최근 서울을 방문해 명확하게 말씀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끝이 아니라 세계가 한국 문학에 주목하는 '붐'의 포문을 연 사건"이라고요.
세계 어딘가에서 우리 책을 읽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는 한국 고전과 현대 문학만 전문적으로 펴내는 출판사가 있습니다. 먼 남미 대륙에서 한국 문학을 찾아 읽는 사람들이 충분해서 전문 출판사가 성립했다는 뜻입니다. 지금도 한 작가의 작품이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인들이 K문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폭넓은 작가층과 다양한 장르"라고 마르티네스 국장은 설명합니다. 노벨상이 가속제였다면, 아동·청소년 문학, 공상과학소설, 심리소설 같은 다양한 장르의 탄탄한 저변이 기초였습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한 현실
저도 아르헨티나에 한국 문학 독자층이 이렇게 두텁게 형성되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K팝과 K드라마는 많이 들었지만, 문학이라는 분야에서 이렇게 뿌리 깊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니요.
그런데 더 현실적인 걱정도 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분명 뜨거웠습니다. 청년층 관객이 유독 많이 모였고, 방문객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르티네스 국장이 던진 말이 마음에 걸립니다.
"도서전을 방문하는 이는 늘고 있지만, 설문조사를 해보면 방문객의 절반가량은 책을 한 권도 사지 않고 돌아간다"고요. 한국도 아르헨티나도 함께 안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도 나아질 거라는 희망
하지만 마르티네스 국장이 강조한 말이 중요합니다. "도서전은 '독자를 만드는 공장'이 돼야 한다"고요. 절반이 책을 사지 않는다 해도, 그들이 그곳에서 인생 처음으로 책과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이 시작입니다.
한강 노벨상 수상이 'K문학 붐' 포문을 열어가고 있다는 건 단순한 문학 뉴스가 아닙니다. 2028년 부에노스아이레스도서전의 주빈국으로 한국을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그 도서전에는 134만여 명이 다녀갔습니다. 우리 문학이 그 무대에 설 가능성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마르티네스 국장은 방문을 마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직 아르헨티나에 번역되지 않은 한국 신예 작가들의 작품도 더 많이 알아가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이미 먼 곳에서 우리 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론
한강 노벨상 수상은 끝이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도서전에 줄을 서는 청년들, 아르헨티나에서 한국 책을 찾아 읽는 독자들, 그리고 2028년 또 다른 무대를 기다리는 우리 문학이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
- 한국 신예 작가들의 책을 찾아 읽어보세요. 당신의 선택이 번역 기회를 만듭니다.
- 도서전과 문학 행사에 참여하세요. 그 자리가 '독자를 만드는 공장'입니다.
- 한국 문학이 세계에서 어떻게 읽히는지 관심을 가지세요. 그것이 우리 문학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