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840만달러 기록, 두 자릿수 성장의 의미
2026년 상반기 한국 참기름 수출액이 84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12.0% 증가 수치는 라면의 27.9% 대비 낮아 보이지만, 참기름이 독자 품목으로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루었다는 점은 K푸드 수출 구조의 변화를 시사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성장을 견인한 것은 미국 등 주요국의 창고형 매장 입점 확대와 샐러드 드레싱 수요의 급증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원료 구조다. 국내 유통 참기름의 상당수가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에서 수입한 깨를 원재료로 사용한다. 국내산 참깨는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외 시장에서는 이들이 '한국 참기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원산지 이슈에서 가치사슬 전환으로
이는 단순한 라벨링의 문제가 아니다. 원료의 국적보다 한국식 조리법, 브랜드, 쓰임새가 상품의 최종 정체성을 결정한다는 원칙이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라면 한 봉지도 밀가루, 팜유, 각종 양념이 모두 국산은 아니지만 전 세계가 이를 K라면으로 인식한다. 매운맛, 국물, 조리 방식, 브랜드 경험이 한국 상품의 정체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참기름도 정확히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해외 소비자에게 참기름은 식용유라는 물질이 아니라 비빔밥, 김밥, 불고기, 잡채, 두부 요리와 연결된 한국식 풍미의 기호(sign)로 기능한다. 원료의 국적은 그 경험의 일부가 아니다.
미국 시장의 용도 재정의, 피니싱 오일의 등장
참기름이 미국에서 수출을 늘리는 배경에는 소비 용도의 급격한 확대가 있다. 과거 한식당이나 아시아 식재료점 중심의 소비에서 벗어나, 샐러드 드레싱, 채소구이, 저탄수 식단, 비건 요리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 중이다.
특히 주목할 변화는 '피니싱 오일(마무리 오일)'로서의 재포지셔닝이다. 참기름은 올리브유처럼 대량으로 사용하는 기름이 아니라, 요리 마지막에 한두 방울 더해 향을 내는 조미 오일로 자리 잡았다. 고소한 향이 강하고 사용량이 적어도 음식의 인상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창고형 매장의 역할도 결정적이다. 아시아 식재료점에서는 교민과 한식 수요층이 주 고객이었다면, 창고형 매장에서는 올리브유, 아보카도유, 각종 드레싱과 같은 선반에 배치되면서 한식을 모르는 일반 소비자도 '고소한 드레싱 재료'로 참기름을 집어 들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결론
현재 참기름의 수출 성장은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K브랜드 프리미엄의 다각화 사례로 읽힌다. 원료의 원산지는 상관없고, 조리 철학·상품 경험·글로벌 위치 선정이 최종 가치를 결정하는 구조다. 이는 K푸드 수출 업체와 정책입안자에게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
실무 적용 단계:
- K푸드 제조업체: 글로벌 창고형 매장(코스트코 등) 입점 시 '한식 조미료'라는 좁은 포지셔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요리에 쓸 수 있는 고급 피니싱 오일'이라는 용도 중심 마케팅으로 전환하기
- 정책 담당자: 국내산 원료 확충만이 아닌, 해외 소비 채널과 용도 개발 지원으로 K브랜드 가치사슬 강화에 집중하기
- 수출 관계자: 현지 요리 트렌드(저탄수, 비건 등) 모니터링을 통해 참기름의 신규 용도 기회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