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처가 인공지능 모델 증류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에 착수했다. 미국의 강한 견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의도지만, 아직 기술 추격 단계인 한국이 스스로 성장 동력을 차단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AI 모델 증류, 무엇인가
AI 모델 증류는 고성능 인공지능 모델의 답변을 역추적해 원본의 핵심 지식과 메커니즘을 복제하는 학습 방식이다. 대형 언어모델(LLM)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현실에서, 기존 고성능 모델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이다. 증류 기술 자체는 기계학습 분야에서 오래된 개념이지만, 생성형 AI 시대에 들어서며 모델 간 지식 이전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했다.
미국과 중국의 '증류 전쟁'
미국의 OpenAI, Anthropic, Google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모델 기술을 선도하는 가운데, 후발주자 기업들은 이들의 모델을 학습 데이터로 삼아 기술 격차를 좁혀왔다. 미국 빅테크들이 자체 약관으로 증류를 금지하려 했으나 사실상 실효성이 없었다.
문제는 중국의 움직임이다. 미국 국무부는 2026년 6월 중국 AI 기업인 DeepSeek, 문샷AI, 미니맥스를 직접 거론하며 "적대 세력이 미국 AI 모델을 추출·증류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선진 모델을 대규모로 증류해 기술 격차를 단시간에 추격하자, 미국이 기술 우위 유지 차원에서 강한 규제에 나선 것이다.
한국, 규제의 딜레마에 빠지다
한국도 이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미국의 견제가 한국 기업으로 언제든 향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규제 입법을 준비 중이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는 '타인의 노력과 투자에 의해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있지만, 신기술인 AI 모델 증류의 특수성을 다루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규제의 타이밍을 놓고 국내 산업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 기업들도 현재 AI 기술 고도화를 위해 증류 기법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먼저 증류를 차단하면, AI 강국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으려는 기술 추격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 경로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식재산처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증류 규제의 시의성에 대해 의견이 나뉜다"며 "소통을 통해 최적의 입법 속도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수준과 시기를 두고 업계와 정부 사이의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론
한국이 직면한 과제는 두 가지다. 첫째, 미국의 기술 보호주의에 대비해 국내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 둘째, AI 3강 진입을 목표로 기술을 추격 중인 한국 산업계의 성장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이다. 이 두 목표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입법이 절실하다.
다음 단계:
- 규제 범위와 시간표에 대해 정부·산업계 간 협의 진행 상황 추적
- 국내 AI 기업의 증류 활용 현황 파악 및 규제 영향도 검토
- 해외 규제 동향(미국, EU 등)과의 조화 방안 모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