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시대에 "늦게 가면 어떻습니까. 돌아가면 어떻습니까"라는 말을 들으면 괜스레 마음이 쓸려요. 빠르고 올바른 길만을 찾느라 앞만 보고 달려가던 제 모습이 떠올라서일까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종묵 교수가 최근 펴낸 신간 《조선의 강》(전 6권)을 알게 되면서, 저는 이 질문 앞에서 멈춰섰습니다. 강이 바위를 만날 때 굽이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구불구불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1000년을 지켜온 강의 자취가 100년 사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이 교수는 "1000년 동안 유지됐던 강의 모습이 지난 100년 사이에 가장 많이 파괴됐다"며 "과거의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전승하고자 한다"고 말했어요.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나아갔는지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자도, 명지도 같은 한강과 낙동강의 옛 섬들은 이제 매립되고 도로가 되었어요. 명지도는 예전에 소금을 만들던 자염 산지였고, 봄이면 살구꽃이, 가을이면 갈대가 아름다웠던 저자도는 지금 석촌호수 주변으로만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19세기 말 김해의 기녀 강담운이 남긴 시에 나오던 "널다리 초가 주막에 버들가지 늘어져 있"던 그 풍경 말이에요.
길을 '질러가기'만 해도 괜찮을까요
이 교수는 이렇게 물었어요. "산과 바위를 만나면 강은 굽이 흐르지만 사람은 질러서 길을 냅니다. 돌아가면 어떻습니까. 늦게 가면 어떻습니까."
경제 발전이 필요했고, 국유화된 하천은 도로 부지 1순위가 되었죠.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놓친 게 있다면, 그건 단순히 '옛 풍경'만이 아닐 수도 있어요. 영산강의 백사장과 대숲, 한강의 구불거리는 강물—그 옆에서 사람들이 느꼈을 그 무언가, 더디게 살피는 순간들의 오묘함 말이에요.
뉴스 속 이 교수의 말은 참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워요. 마치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우리도 지금 무언가 소중한 것을 너무 빨리 지나치고 있지는 않을까?"
다음 세대에게 전해줄 기억들
이 교수는 조선시대 문집과 읍지, 고지도, 회화 자료를 바탕으로 10년을 들여 이 책을 완성했어요. 한강, 낙동강, 영산강 등 7개 강의 유역을 찾아다니며 고증했다고 합니다. 그건 단순히 역사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잃어버린 어떤 '시선의 방식'을 되살리는 일이기도 해요.
옛 문인과 화가들이 강을 바라보던 각도, 그 속에서 건져 올린 미적 감수성—그런 것들이 산업화의 파도 속에서 함께 사라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강처럼 구불구불 살아가는 용기가 아닐까요. 완벽하고 빠른 길만을 찾기보다는, 때로는 멈춰서 주변을 살피고, 옛것 속에서 현재의 의미를 찾는 시간 말이에요.
당신도 한 번 해보세요.
-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옛것'에 눈 돌려보기: 우리 동네의 사라진 장소, 지워진 골목의 이야기를 조사해 기록해 두세요. 그게 당신의 기억이 됩니다.
- 느리게 가는 것을 허락하기: 이번 주, 한 번이라도 "돌아가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자문해 보세요. 그 길 위에서 발견하는 게 있을 거예요.
-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길지 생각하기: 지금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 그 기억이 100년 뒤의 누군가에게는 역사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