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멈추지 않는 이유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775조1680억원으로, 5월 말 대비 4조1639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7조4899억원이 증가했을 정도다.
가계대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월 말 615조228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6206억원 증가했다. 4월부터 매달 1조원 이상씩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용대출 급증이다. 6월 한 달간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2조2666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2021년 4월 이후 약 5년 만에 월별 증가액이 2조원을 넘긴 사례다. 주식시장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신용대출까지 급등하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의 '대출 한계선 그리기'가 시작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은행들에 "전력을 다해 가계부채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은행들은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일괄 제한했다.
국민은행의 움직임이 가장 주목된다. 가계대출 규모가 업계 최대인 국민은행이 7월 10일부터 주택 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절반 이상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신용대출 규제에 이어 주담대 영역까지 확산되는 신호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도 행동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주담대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축소하고,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했다. 하나은행도 MCI와 MCG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이 보험이나 보증이 없으면 차용자가 실제로 빌릴 수 있는 한도가 상당히 줄어든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대출 한도 축소 효과는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업계 전망은 부정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경기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 구리시가 규제지역으로 추가되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든 지역이 넓어진 가운데 대출조건마저 까다로워지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이 업계 선도주자로서 주담대 한도를 줄인 것이 다른 은행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용대출에서 동일한 규제(1억원 한도)를 펼친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를 포함해 여러 금융기관이 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담대 규제도 '표준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론: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중
국민은행의 주담대 한도 축소는 고강도 규제에도 가계대출이 계속 늘어나는 현실에 은행권이 자발적으로 펼친 '대출 옥죄기'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명시적 지시에 은행들이 적극 응하고 있으며, 규제지역 확대까지 겹치면서 주택 구입자들이 체감할 대출 난이도는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을 계획 중이라면 다음을 확인해야 한다:
- 거주 지역이 규제지역(수도권 및 새로 추가된 지역)에 속하는지 확인하고 각 은행별 한도 변화 추적
- 신용대출 규모를 미리 파악하고, 필요 시 주담대와의 균형점 모색
- 모기지신용보험·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사전에 금융기관에 문의해 실제 대출 가능액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