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건물이 두 번 잠긴 현실
서울에서 침수 재난이 특정 지역에 고착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시 침수흔적도를 지번 단위로 분석한 결과, 2022년 8월 폭우 당시 한 번 잠겼다가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또 침수된 건물은 총 179곳에 달했다. 그중 영등포구에 81곳이 집중됐고, 은평구(31곳), 도봉구(19곳)가 뒤를 이었다. 같은 건물이 반복해서 침수되는 현상은 단순한 기후 악화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방재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영등포구 81곳의 반복 침수가 모두 도림천을 낀 문래동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물길이 좁고 얕으며 지대마저 낮아 1990년대부터 침수가 반복되어 온 지역이다.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는 도림천 인근에 '침수주의보'를 내렸다. 2024년 3월 도시침수방지법 시행 이후 침수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인프라 부족과 행정 절차의 악순환
반복침수 지역의 근본 대책으로 꼽히는 빗물 터널은 잦은 공사 유찰과 행정 절차 지연 탓에 완공이 2027년에서 2030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약 3년의 지연은 지역 주민들에게 "또다시 침수를 겪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고착시키고 있다.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문제의 본질을 지적했다. "같은 건물이 두 번 잠겼다는 건 재난의 원인을 분석하고 방재 인프라를 확충하는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부족을 넘어, 재난 대응 사이클의 실패를 의미한다.
이날 전국에는 시간당 최고 80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경북 영주시에서는 7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세종시 지하차도는 빗물에 잠겨 통제됐다. 충남 천안에는 180mm의 비가 내려 주택·상가·공장 29곳이 침수됐다. 전국 7개 도 23개 시군에서 662명이 일시 대피했으며, 339가구 621명에게는 임시 주거시설이 제공됐다. 전국에서 총 256건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거시 흐름 속 도시 인프라의 과제
기후 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도시 인프라의 증설·개선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빗물 터널 3년 연기는 단순한 공기 지연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회복력(resilience)을 훼손한다.
반복침수 지역의 주택과 상가는 자산 가치 하락, 소유자의 재정 부담 누적(복구비, 보험료), 임차인의 이탈로 이어진다. 이는 지역 내 자영업자 경영 악화, 지가 하락, 생활 인프라 공동화 같은 연쇄 효과를 낳는다. 나아가 주민 신뢰도 저하는 지자체 행정 신뢰성까지 영향을 미친다.
결론: 예측 불가능한 반복에서 벗어나야
현재 추세라면 도림천 지역은 2030년 빗물 터널 완공까지 5년 이상을 추가로 침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지역의 반복침수 패턴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재난 대응 행정의 효율성과 의사결정 속도가 경제 회복에 직결되는 사례다.
다음 단계:
- 거주·경영 중인 지역의 침수 위험도를 파악하고 보험·대출 전략 재검토
- 기후 적응이 필요한 지역 프로젝트 추진 시 인프라 완공 일정을 사전에 확인
- 지자체 재난 대응 계획의 투명성 공개를 요청해 신뢰할 만한 정보 근거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