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선거 규칙 합의에 실패했다. 1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8월 17일 전당대회 룰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고, 후보 등록을 사흘 앞둔 현시점에서도 당헌·당규 개정이 미결 상태다. 쟁점은 '선호투표제' 도입이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1·2·3순위 후보를 명기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하위 득표자를 1순위로 투표한 유권자의 2순위 후보를 합산해 최종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내 선거는 물론이고 개헌을 통해 대선에도 도입할 필요성을 제시해 온 제도다.
갈등의 핵심: 제도 명분 뒤의 계산
친청(친정청래)계는 결선투표를 실시하지 않는 선호투표제가 당헌·당규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내부 분석은 다르다. 다자 구도에서 정청래 전 대표가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 친명(친이재명)계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송영길 전 대표의 지지층이 2순위 표를 서로에게 몰아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실제 유불리와 무관하게 정청래 측이 '피해자' 프레임을 부각하기 위해 반발하는 것 아닌지 보고 있다.
이에 친명계는 선호투표제가 지난해 7월 당무위가 결정하고 이번 전준위가 다시 의결한 기존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송영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이유로 당의 절차를 멈춰 세우는 일이야말로 당원 주권에 대한 부정"이라고 직격했다. 제도 논쟁이라는 외형 속에서 선거 결과에 따른 이해관계 조정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결정 지연이 보여주는 신호
12일 최고위원회의는 "평행선"으로 표현되었다. 당 대표 후보 등록이 16~17일인 상황에서 선거 기본 규칙이 미확정된 것은 조직 거버넌스의 실패를 의미한다. 친청계 최고위원들이 "회의 과정에서 마치 특정 후보와 합의를 본 것 같은 의견도 있었다"며 절차 정당성을 의심하는 모습은, 규칙 변경 과정 자체에 대한 신뢰 부재를 드러낸다. 선거 직전에 기본 규칙이 변경될 때 당원들은 "누군가의 전략적 이익"을 의심하게 되고, 이는 조직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전망과 시사점
후보 등록 마감 이후에도 룰이 미확정된다면 전당대회 당일 이의 제기 등 법적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명분 없는 룰 흔들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만큼, 당 차원의 신뢰 회복이 선거 이후 난제가 될 수 있다.
결론
선호투표제 논쟁은 제도 개선을 표면으로 한 이해관계 조정 과정이 절차 정당성을 훼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직의 주요 결정이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없이 진행될 때 신뢰도와 결정력 모두 약화된다. 현재 당이 필요한 것은 기술적 룰 논쟁이 아니라, 당원들이 "왜 이 시점에 이 제도인가"를 납득할 수 있는 절차적 투명성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