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뉴스를 처음 읽었을 때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덜 종교적이되, 더 부처님 닮은 공간이 됐으면 했다"는 강릉 인월사의 재범 스님 말씀이 자꾸 떠올랐거든요. 세계건축상 대상을 받은 이 절이 전하는 게, 종교에 대한 우리의 묵묵한 걱정을 살짝 덜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산불 재해 속에서 비롯된 질문
2023년 4월 강릉 산불은 인월사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대웅전, 관음전, 요사채 모두 잿더미가 됐고, 일주문과 입은 옷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재범 스님이 말씀했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그 폐허 위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졌어요. "절을 다시 짓는다면, 이왕이면 어떤 공간이 될까?"
많은 사람이 전통을 따라 옛 모습을 되살리려 했을 겁니다. 하지만 재범 스님은 달랐습니다.
불필요한 '틀'을 내려놓다
올해 3월 WAC(World Architecture Community) 주관 제53회 세계건축상에서 대상을 받은 인월사는, 절이라기보다 현대식 미술관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법당과 명상실, 공양간. 딱 세 곳만 지었다고 했어요.
스님의 말씀이 저를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불교가 부처님 뜻과 달리 자기만의 틀을 만들고 불필요한 형식과 권위에 갇힌 부분이 많아요."
그 말씀이 절뿐 아니라, 우리 삶 곳곳에 있는 '불필요한 틀'을 가리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부처님은 여성을 차별하지 않으셨는데, 그 참뜻이 어딘가에 갇혀 버린 거죠.
내려놓음이 주는 위로
저는 이 소식 속에서 하나의 생각을 붙잡았습니다.
누구나 어딘가에서 "이게 맞는 건 아닐까"라고 걱정합니다. 일터에서, 신앙에서, 관계에서. 나이가 들면서 배운 규칙과 형식이 정말 필요한 건지 묻게 되죠.
재범 스님은 그렇게 묻고, 과감하게 내려놨습니다. 불필요한 형식을 제거하고, 핵심만 남겼어요. 기도와 명상. 그리고 누구든 올 수 있는 공간.
그 선택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게 참 의미 있습니다.
다음 단계
지금 이 순간, 우리도 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 작은 것부터 묻기: 내 삶이나 일 속에서 "정말 필요한가?"라고 물어보세요. 남은 것이 핵심입니다.
- 본질에 집중하기: 형식보다 의도, 권위보다 본뜻. 우리도 부처님, 또는 우리 자신의 참뜻과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 공간을 느껴보기: 기회가 되면 인월사처럼,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장소를 직접 경험해 보세요.
덜 종교적이 되는 것은, 사실 더 본질적이 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