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동물구조센터에선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유기견 30마리가 에어컨만으로는 버티지 못한 채 생존의 고비를 맞고 있다. 같은 날 종로의 보신탕 골목에선 초복을 앞두고도 점심시간에 한산한 식당에서 4대째 영업해온 사장이 울상을 짓고 있다. 표면적으론 서로 다른 두 현장이지만, 근저에는 정책 변화와 계절 요인이 만들어낸 경제적 충격이 놓여 있다.
정책 변화가 초래한 시장 구조의 급속한 붕괴
내년 2월 7일부터 시행될 '개 식용 목적 사육·도살 금지법'은 단순한 동물보호 정책을 넘어 관련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통계로 그 현주소가 뚜렷하다.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0월에 1537곳이었던 전국 개 사육 농장이 2025년 12월엔 333곳으로 줄었다. 불과 14개월 만에 약 80%가 감소한 것이다.
이는 기존 산업 참여자들에게 얼마나 급격한 충격인지 보여준다. 단순히 규제 도입이 아니라 사실상의 산업 전환(industry transition) 시점이 고착된 셈이다.
양측 모두의 실존적 위협 - 공급망 붕괴와 경영난
폭염은 이 구조 변화 위에 새로운 압박을 얹는다.
유기견 구조 현장의 관점에서 보면, 폭염은 생존의 문제다. 동물보호119 임영기 대표의 증언에 따르면 여름철 떠도는 동물들은 더위와 해충으로 인한 질병 감염으로 죽어가는 상황에 처한다. 복날(초복, 중복, 말복)을 앞두고 도살 위험에 놓인 개들까지 감안하면, 폭염은 단순한 날씨를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다.
보신탕 산업의 관점은 정반대 방향이면서도 동등하게 절박하다. 종로 보신탕집 사장 박창종(62)씨의 증언이 구체적이다.
- 매출 붕괴: 3년 전 대비 80% 감소
- 가격 인상: 작년 1만8천원 → 올해 2만5천원 (약 40% 상승)
- 공급망 동요: 개 농장 80% 감소로 원재료 공급 차질
사장은 "가업으로 100년을 해왔는데 장사를 안 할 수도 없다"는 표현으로 정책 변화 속에서의 딜레마를 드러낸다. 내년부터 염소 고기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잘 안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언급은 소상공인의 경영 여건이 얼마나 악화되었는지를 반영한다.
정책 변화와 계절 요인의 동시 작용
경제적 관점에서 이 상황은 공급 충격(supply shock)과 수요 감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개 사육 농장의 급감은 공급 측 붕괴를 의미하고, 정책 변화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수요 감소로 나타난다. 폭염이라는 계절 요인은 이 양측 충격을 증폭시킨다.
보신탕 시장은 초복·중복·말복이라는 특정 시기에 집중된 수요 구조를 가진다. 올해 초복을 앞둔 이 시점에 정책 변화의 영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이유다.
결론과 시사점
폭염 속 유기견의 생존 위기와 보신탕집의 경영난은 거시 정책 변화가 미시 현장에 얼마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농장 수 80% 감소, 매출 80% 하락, 40% 가격 인상이라는 수치들은 정책 결정과 시장 현실 사이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드러낸다.
정부의 동물보호 정책 의도는 명확하지만, 산업 전환의 과정에서 경영난에 처한 소상공인들의 생계 대책이 동시에 필요한 현실이 존재한다. 2월 7일 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 정책 대상 산업의 구조 전환 지원 방안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현장들이 강하게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