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한 소설가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황시운 작가가 1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환한 어둠'. 이 책의 탄생 과정은 보통이 아니다. 2011년 척추 사고 이후, 작가는 한쪽으로 누워서 태블릿PC에 펜으로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그 과정을 "더디지만 제게 가장 익숙한 방식"이라고 부르며. 정말 그렇게 가장 느린 방식으로 이 소설이 탄생했다.
그 말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며 희망을 느낄지 모르고, 또 누군가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어할지 걱정할지도 모른다. 그 두 마음 모두 자연스럽다.
일상의 기본이 누군가에게는 시간의 괴물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애는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이란 말이 있어요. 뭘 해도 비장애인보다 몇 배는 오래 걸리죠. 화장실 가는 것부터 목욕하고 씻고 옷 입는 것까지, 모든 것에 시간이 많이 듭니다."
이 말을 읽을 때, 내 마음에 뭔가 무거운 것이 내려앉는다.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상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큰 과제인지를 깨닫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드는 불안감. 혹시 내 주변에도? 현재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하루 4시간의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작가처럼, 누군가는 장애인 의무고용제 아래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
당사자의 목소리가 세상을 천천히 바꾼다
새 소설 '환한 어둠'은 한 소년이 계곡 바위에서 물속으로 추락하는 사고로 시작된다. 가족이 무너지고, 다시 마주하기까지의 시간. 작가는 그 속에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겪는 시간과 몸의 감각, 고립을 세밀하게 그린다. 이건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자신이 15년을 누워서 한 글자씩 써 내려간 작가가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삶을 담아낸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것이었다. "누군가는 써야 하지 않을까요. 장애 당사자가 직접 이런 소설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작가들이 많아지면 사람들도 소설에서, 영화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장애인을 만나는 일이 자연스러워질 거예요."
맞다. 통계나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모일 때, 그 목소리가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그제야 장애에 대한 시선이 바뀔 수 있다.
결론
당신이 걱정하는 것들은 모두 타당하다.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가 얼마나 힘들 것인지, 정말 세상이 바뀔 수 있을지, 혹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하지만 그 걱정 속에서도,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들이 있다.
15년을 누워서 한 글자씩 써 내려간 사람이 오늘 이 책을 완성해냈다는 것. 그리고 그 책을 통해 누군가의 일상이 조금 더 이해받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충분하다.
다음 단계는 이것들이다:
- '환한 어둠'을 읽고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 가까운 누군가와 함께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느린 속도로 쓰인 이 소설이, 우리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