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규제 정책이 구체화되는 시점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연구원에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되면서 국내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의 실행 계획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홍콩 등 6개국의 사례를 분석한 4월 보고서는 도입을 위한 선결 과제로 기초자산 인정, 김치 프리미엄 해소, 선물 시장 개설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도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니, 이는 정책 수준의 공식 추진이 시작된 상태라는 의미다.
세 가지 핵심 선결 과제
자본시장법 개정: 기초자산 범위 확대
현행 자본시장법은 ETF의 기초자산을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가상자산 ETF를 출시하려면 이 범위에 가상자산을 명시적으로 추가해야 한다. 이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법적 근거가 부재한 상태라는 뜻으로, 개정 없이는 어떤 가상자산 ETF도 허인될 수 없다.
김치 프리미엄 제거: 차익거래 구조 도입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거래소의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자본시장법은 기초자산 가격이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으로 산출되도록 요구하는데, 국내외 가격이 달라지면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해법으로 지정 참가 회사(AP)가 해외 플랫폼에서 현물을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AP가 상대적으로 싼 해외 가격에서 매입해 국내에 도입하는 차익거래 구조를 열면, 시장 기제에 따라 프리미엄이 자연스럽게 수렴한다는 논리다.
선물 시장 개설: 운용 리스크 헤지
AP가 현물 ETF를 설정·환매할 때 대량의 가상자산을 사고팀에 따라 가격 급변 위험이 발생한다.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선물 시장이 필요하다. 선물은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니라 기초자산을 보유한 주체들이 가격 변동 리스크를 관리하는 헤징 도구로 기능한다.
인프라 재정비와 단계적 진출
보고서는 가상자산 보관·관리에 특화된 신탁업 라이선스 신설을 제안했다. 은행은 현물 보관 인프라가 부족하고, 기존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ETF 신탁업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이 법적 소유권을 갖되 실제 보관은 신설 라이선스 VASP에 재위탁하는 구조가 현실적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증권사가 프라임 브로커(PB) 역할을 하도록 VASP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PB는 ETF 설정·환매 시 자산 매매를 통해 운용사와 시장을 연결하는데, 증권사가 가상자산 현물과 선물을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추진 방식은 비트코인 ETF부터 허용해 운영상 문제를 점검한 뒤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가상자산) ETF를 추가 허용하는 단계적 접근으로 설계됐다.
결론: 정책이 실행 단계로 진입
지표와 정책 신호로 보면, 국내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은 추상적 논의 단계를 벗어나 구체적 제도 설계로 진입한 상태다. 자본시장법 개정, 김치 프리미엄 해소 메커니즘, 선물 시장 개설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면 실제 출시까지는 수 개월에서 1년대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물 ETF 도입 전까지는 제도 변화의 각 단계마다 시장 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 금융위 검토, 국회 통과 일정을 주시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의 실무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