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를 지킨다는 일은 참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오래된 것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야 하니까요.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센터가 이번에 공개한 원통형 대형CT 장비를 보며, 처음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이제는 손상 없이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요.
문화재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
우리는 누구나 어딘가에서 한 번쯤 문화재를 봤을 겁니다. 박물관에서 아이들 손을 꼭 잡으며 "저건 만지면 안 돼"라고 속삭이던 엄마의 목소리, 그리고 그 유물 너머로 궁금해하던 마음들 말입니다.
특히 크기가 크거나 정교한 문화재는 더 그렇습니다. 어떻게 촬영하느냐에 따라 그 유물 자체가 손상될 수도 있다는 게 항상 뒤따르니까요. 기존 CT 장비는 유물을 직접 회전시켜 촬영했기에, 각 회전 과정에서 마모나 손상의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크기가 크거나 정교한 작품들은 촬영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온 변화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센터는 14일 직경 110cm, 높이 300cm 크기의 문화유산도 촬영이 가능한 새로운 원통형 대형CT 장비를 공개했습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 X선 발생장치가 약 220도 회전하면서 유물 위에서 수평 이동하며 촬영
- 유물은 검사대에 가만히 놓인 상태로 움직이지 않음
- 기존 방식보다 파손 위험이 훨씬 줄어듦
실제로 이 장비로 촬영한 사례가 있습니다. 광해군비의 발원으로 1622년 현진 등 당대 최고 조각승 17명이 제작한 목조비로자나여래좌상(보물)입니다. 높이 117.5cm의 이 불상은 그 크기 때문에 지금껏 CT 촬영이 어려웠던 문화재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촬영으로 불상 머리와 등 부분에 복장물(불상이나 탑 내부에 봉안한 성물)로 추정되는 물체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누군가 400여 년 전에 봉안한 그것을 우리는 이제 안전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된 거죠.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
이런 기술 발전이 가져다주는 것은 단순한 '편의'만이 아닙니다. 보존과학센터는 나노 CT와 이 대형 원통형 CT를 갖춤으로써 소형 고대 장신구부터 대형 목조 불상까지 아우르는 비파괴 조사 통합 체계를 완성했습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1970년대 이쑤시개로 시작한 한국 보존과학이 50년 만에 여기까지 발전했다"고요. 그 말 속에는 한국 문화재를 지키고자 했던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작은 것에서 출발한 기술이 이제 큼직한 불상 내부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결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다는 뉴스는 사실 우리 모두에게 희소식입니다. 손상 없이 더 정확하게, 더 깊이 있게 문화유산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남겨줄 문화적 자산이 더욱 온전하고 명확하게 기록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만약 박물관 근처를 지나거나 문화재 보존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기술의 변화에 한 번쯤 눈을 돌려보세요. 우리 문화를 지키는 방식이 얼마나 섬세하고 정성스러운지 느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