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 전설의 사진가 마틴 파의 회고전 문이 열렸습니다.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한 가지 질문을 맞닥뜨렸어요. "평범한 관광객, 시장 매대, 휴양지의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 정말 기록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다큐멘터리 사진이라고 하면, 전쟁이나 빈곤 같은 극적이고 무거운 장면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총천연색으로 담은 일상 풍경이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생각이 낯설 수 있어요. 하지만 바로 거기에 마틴 파의 작업이 남다른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평범함을 보는 방식의 전환
1952년 태어난 영국 출신 사진가 마틴 파는 지난해 작고했습니다. 그가 남긴 이 전시는 대표 연작 14개 시리즈의 사진 500여 점과 사진집 90점을 우리 앞에 펼쳐놓고 있어요.
특이한 점은 파의 시선입니다. 그는 스위스의 설경 앞에서 기념 스카프를 고르는 사람, 아테네 신전 앞에서 파마머리를 한 채 사진을 찍는 사람, 쓰레기가 넘치는 휴양지에 누워 있는 사람들을 담았습니다. 우리가 "재미있다"며 웃고 넘어가는 바로 그 순간들이 그의 렌즈에 포착된 거예요.
매그넘 포토스의 글로벌 컬처 디렉터 안드레아 홀스헤르는 "윗세대 사진가들은 슈퍼마켓이나 휴양지를 촬영하는 그의 관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사진이 우리 사회를 기록하며 다큐 사진의 영역을 확장했음이 드러났다"고 덧붙였어요. 평범한 주유소 사진도 40년이 지나면 그 시대의 소비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기록이 되는 법입니다.
서울과 평양, 두 풍경의 대면
이 전시에서 한국 관객에게 특히 의미 있는 섹션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과 남한 시리즈입니다.
마틴 파는 1997년 패키지여행을 통해 평양을 방문했어요. 그곳에서 김일성 동상 앞에 참배하는 시민, 공동경비구역의 군인, 시장의 노인, 기념 촬영하는 관광객을 담았습니다. 파는 "막상 북한에 가보니 영화 세트장 같았다"고 회고했어요. 그 말 속에는 사진가로서 느꼈을 낯섦, 그리고 그 낯섦을 어떻게 시각 언어로 번역할지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어 보입니다.
그 후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파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남대문시장, 대형 할인마트, 용인 에버랜드 같은 곳들을 담았어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의 소비와 여가 문화의 변화를 기록한 거지요. 제주도도 찾았는데, 여기서는 자연환경이 어떻게 관광 상품으로 변모하는지를 포착했습니다.
그렇게 담긴 평양과 서울의 풍경들. 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역사의 결이 있습니다.
웃음 뒤의 뒷맛이 말해주는 것
다채로운 색채와 적나라한 플래시가 담긴 사진들은 처음엔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런데 그 안에 담긴 우리 사회의 실상을 곱씹으면 마냥 우습지 않은 뒷맛이 느껴집니다.
이게 바로 마틴 파 작업의 힘이 아닐까요? 그는 우리가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치는 풍경들을 멈추게 만듭니다. 기념 스카프를 고르는 손가락, 관광지에 쌓인 쓰레기, 여가를 소비하는 방식들—이 모든 것이 사실은 그 시대를 살아간 누군가의 일상이었다는 걸 깨닫게 해요.
평양의 세트장 같은 풍경과 서울의 소비문화가 담긴 장면들을 마주할 때, 우리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게 정말 우리 시대인가?" 그 질문 속에서 우리는 현재를 객관적으로 본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기록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전시 기간 중 다양한 행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18일에는 마틴 파 재단과 국내외 사진가가 참여하는 국제 심포지엄 '왜 마틴 파인가?'가 열려요.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엠 마틴 파'도 상영되며, 9월 5일에는 영화평론가와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됩니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열립니다.
이 전시를 보러 가는 건, 단순히 사진을 감상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경험이거든요.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기록인지를 깨닫는 순간, 우리 자신의 일상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결론
마틴 파가 담아낸 서울과 평양, 그 일상적 풍경의 '뒷맛'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의 발걸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는 신호 같습니다. 평범함을 기록한다는 것, 그것이 사실은 우리 시대를 사랑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다음 단계:
- 1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전시를 직접 보며, 마틴 파의 시선으로 우리 일상을 다시 발견해보세요.
- 18일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과 영화 상영에 참여해, 전문가들과 함께 이 작업의 의미를 나누는 경험을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