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추세적 악화로 진입한 재선충병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집계된 피해 고사목이 177만 그루에 달했다. 최근 5년을 보면 2022년 38만 그루에서 2023년 107만 그루, 2024년 90만 그루, 2025년 149만 그루로 변동했고, 올해 177만 그루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증가가 아닌 추세적 악화 국면으로 평가할 수 있다.
피해는 공간적으로도 불균등하다. 전국 16개 시·도 166개 시·군·구에서 발생했으나, 극심(5만 그루 이상) 지역 6곳과 심(3만~5만 그루) 지역 21곳 등 총 27곳이 피해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전체 발생 지역의 16%에 불과한 지역이 대부분의 피해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피해가 심한 지역은 경상북도 포항·경주·안동, 경상남도 밀양·창녕, 울산 울주, 경기 양평 등으로 집중되어 있다.
올해는 피해 지역이 지난해보다 12곳 추가로 증가했다. 이 중 감염 나무의 무단 이동 등 인위적 확산이 5곳, 자연적 확산이 4곳으로 보고되었다. 전국적 진출의 초기 조짐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원인: 기후변화와 인위적 요인의 복합 작용
산림청이 지적하는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다.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우화 시기가 빨라지고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병 전파 조건이 악화되고 있다. 이는 평균기온 상승이 곤충의 생활사 주기를 변경하는 현상으로, 산림 병해관리 차원에서 새로운 도전 요인이다.
동시에 감염 나무의 불법 이동으로 인한 인위적 확산도 무시할 수 없다. 매개충의 자연 이동 범위를 넘어서는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관리 체계의 실제 작동 한계를 드러낸다. 감염 목재의 유통 과정에서 방제 규정이 충분히 준수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 전환: 선택과 집중 방식의 도입
산림청은 올해부터 특별방제구역 지정 기준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피해 고사목 5만 그루 이상인 극심 지역에만 지정했으나, 올해부터는 3만 그루 이상인 심 이상 지역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특별방제구역의 규모는 기존 4만ha에서 19만ha로 대폭 확대되었다(15만ha 증가).
이 정책 전환의 의미는 피해 집중 지역에 방제 자원을 선별적으로 배치하겠다는 뜻이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피해 발생의 전국적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전략이다. 방제 기한도 계절 제한에서 연중 가능으로 변경하여 기동성을 높였다.
방제 결과를 보면 고사목 111만 그루와 감염 우려목 198만 그루 등 총 309만 그루를 제거했으며, 수종 전환 방제 3126ha, 예방나무주사 29000ha를 시행했다. 이러한 제거 규모는 올해 발생 규모 177만 그루를 초과하는 것으로, 누적 피해 관리도 병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정책적 시사점
산림자원은 목재 공급뿐 아니라 탄소흡수, 수원 함양, 생태계 보전 등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 자산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은 이러한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피해 집중 지역이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 전통 산림 자원 풍부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지역 경제와 산림 생태계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일 수 있다.
정책 전환은 자원 배분의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모든 지역의 피해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영향력이 큰 지역에 집중 투자하여 전국적 확산을 지연시키고자 하는 선택이다.
향후 과제
산림청은 2026~2030 국가방제전략에 따라 400km 이상의 방제벨트 구축, 전국 산림을 100m×100m 격자로 관리하는 예찰·방제 체계 전환, 친환경 방제 기술 및 내병성 품종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는 기술 고도화와 관리 체계 정밀화를 통해 장기적 저항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다만 기후변화로 인한 매개충의 환경 적응이 정책 추진 속도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감염 나무 불법 유통 적발과 처벌 강화 같은 인위적 확산 차단도 병행되어야 한다.
결론
산림청의 특별방제구역 확대는 증가하는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정책 조정이다. 177만 그루 피해 규모와 확산 추세는 기존 관리 방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향후 기후변화 적응형 관리 체계로의 전환 속도와 불법 이동 근절 효과가 피해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