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 '정부 지원이 늘면 해외 진출도 따라간다'
지난 7월 18일 공개된 소식에 따르면, KISIA(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는 과기정통부,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와 함께 국내 보안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참여 기업 수가 7개사에서 19개사로 2배 이상 늘었고, 해외 참가기관도 8개에서 30개로 확대됐다. 비즈니스 상담 건수도 104건에 달했다. 표면적으로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이 수치가 정말 국내 보안 기업의 '해외 진출 성공'을 의미할까.
놓치고 있는 맹점: 상담 증가 ≠ 계약 체결
첫 번째 의심점은 수치의 의미다. 참고 뉴스에 따르면 총 104건의 비즈니스 상담이 진행됐으며, "일부 상담은 실제 업무협약으로 이어졌다"고만 명시했다. 즉, 대다수는 상담에 그쳤다는 뜻이다. 상담 건수가 많다고 해서 실제 계약,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특히 한국 중소 보안 기업들이 국제 영업 경험이나 현지화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두 차례 만남만으로 계약까지 가기는 어렵다.
두 번째는 대상 국가의 편차다. 뉴스에 명시된 초청기관은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5개국이고, CAMP(KISA 글로벌 사이버보안 협력 네트워크) 상담회는 아시아, 미주,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광범위하다. 그런데 각 지역·국가마다 사이버보안 규제와 구매 의사 결정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일본 정부기관은 한국 제품의 기술력은 인정하지만 정보보호 법제와 인증 체계가 다르면 도입을 꺼린다. 단순히 수요기관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런 구조적 진입장벽을 극복할 수 없다.
리스크: 초기 지원 이후의 적막
세 번째 위험은 사후 지원의 공백이다. 뉴스에서 언급된 것은 초청연수와 비즈니스 상담회다. 하지만 기업이 실제 해외 계약을 따낸 후가 문제다. 법무 지원, 수출입 절차, 현지 세관·규제 대응, 제품 현지화, A/S 체계 구축 등 해외 진출의 실제 비용과 리스크는 상담 후에 본격화한다. 뉴스에는 이런 후속 지원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만약 정부 지원이 상담 단계에서 끝난다면, 기업들은 결국 자비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자금이 부족한 중소 기업에게 이는 진입의 함정이 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 일회성 이벤트의 악순환
역사 속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정부가 대규모 해외 비즈니스 미션을 추진했지만, 실제 수출액은 제한적이었던 사례들이다. 왜일까. 국제 비즈니스는 관계의 깊이를 요구한다. 한두 번의 만남으로는 신뢰와 거래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초청연수와 상담회가 연례 행사가 되더라도, 같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 뉴스에는 기업별 참여 추적 데이터가 없다. 올해 19개 기업 중 몇 개사가 내년에도 참여할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기업이 몇 곳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는가
이 뉴스는 희망적이지만, 신뢰할 근거로 삼기엔 너무 이르다. 다음 정보들을 주시해야 한다.
- 상담 이후 몇 기업이 실제 계약을 체결했는지, 수출액이 얼마나 되는지 (사후 실적 데이터)
- 참여 기업의 지속성: 올해 처음 참여한 기업이 몇 곳이고, 연속 참여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 국가별·지역별 맞춤형 규제 컨설팅, 계약 이후 현지 진출 지원 같은 2단계 지원책의 구체성
- 보안 제품 분류(네트워크, 엔드포인트, 클라우드 등)별로 해외 수요가 실제 얼마나 있는지
통념을 의심하는 이유는 부정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성과가 무엇인지 구분하기 위함이다. 정부 지원은 필요하지만, 기업의 실제 수출 성공까지 가려면 상담 이상의 깊이 있는 후속 지원과, 기업 스스로의 국제 영업 역량 강화가 필수다.
결론
KISIA의 해외 진출 지원 확대는 방향은 옳지만, 아직 중간 단계의 노력일 뿐이다. 참여 기업과 기관의 숫자 증가는 시작이고, 실제 계약과 매출로 이어지는 사례가 누적되어야 비로소 '성과'라 할 수 있다.
다음 단계로 확인해야 할 것:
- 올 7월 상담회의 실제 계약 체결 현황 추적 (3개월 후, 6개월 후)
- 참여 기업의 사후 지원 프로그램 구체화 (규제 컨설팅, 법무, 현지화)
- 지역별·제품군별 해외 수요 분석 데이터 공개
국내 보안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중요한 과제지만, 통계 증가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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