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역으로 작용하는 현상이 강남 부동산 시장에 나타났다. 정부가 초과 이익을 환수해 집값을 안정화하려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오히려 매물 호가를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변모한 것이다.

7억 부담금이 호가에 얹히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트리니원이 진원지다. 뉴스에 따르면 28일 기준 해당 단지의 전용면적 84㎡ 매물은 43억~67억원에 형성돼 있다. 동일 평형인데도 호가 격차가 20억원을 넘는다. 층수나 조망 같은 일반적인 요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낙폭이다.

원인은 재초환 부담금이다. 업계 관계자 안내에 따르면 호가 60억원대에는 "예상 부담금 7억~8억원에다 추가 분담금도 포함된 가격"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일부 조합원은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부담금을 미리 호가에 반영해 매물을 내놓고 있다. 부담금을 매수자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다.

호가 상승 압력도 동반했다. 지난 5월 49억8000만원에 거래된 입주권이 3개월 만에 7월 7일 57억원에 손바꿈됐다. 3개월 만에 7억원 이상 올랐는데 이보다 10억원 높은 호가까지 등장한 형국이다.

규제의 의도와 현실의 괴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정비사업으로 얻은 초과 이익을 국가가 환수해 집값 안정화를 도모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매수자 관점에서 보면 이는 새로운 비용이다. 합리적 선택을 한 조합원은 부담금 회피를 위해 높아진 호가라도 수용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가격 안정화 정책이 호가 상승을 유발하는 역설이 생긴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문제의 규모가 상당하다. 부과 예정 단지가 서울만 46곳, 예상 부담액은 총 2조원을 넘는다. 래미안 트리니원이 사상 최대 부담금 부과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단지에서의 변화는 시장 신호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강남 재건축 시장의 연쇄 우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박합수 겸임교수는 "래미안 트리니원을 시작으로 재건축 부담금을 호가에 반영하는 추세가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확산 가능성이 현실로 전환될 경우 강남권 재건축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담금 부과라는 거시적 정책 변수가 미시적 개별 거래 전략과 맞물리면서 예측 불가능한 시장 움직임을 만들고 있다. 정책 입안자의 의도와 실제 시장 참여자의 행동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결론

  • 이 단계부터 강남권 재건축 단지별 부담금 규모를 확인하고 예상 호가 변동을 선제적으로 가늠할 필요가 있다
  • 부담금이 확정되기 전에 매물 정보를 수집할 때 단순 호가가 아닌 부담금 포함 여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 정책 기대치와 시장 현실이 배치되는 사례를 모니터링해 향후 주택 시장 규제의 효과성을 점검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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