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AI 비서 '인스팅트(Instinct)'가 벤처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주목을 모으고 있다. 출시 후 불과 몇 개월 사이 25억달러(약 3조45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인스팅트를 개발한 스피어 스트리트 테크놀로지는 인덱스 벤처스와 벤치마크가 주도하는 시리즈 B 라운드에서 2억5000만달러(약 34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포함해 컨빅션 파트너스, 그린오크스, 클라이너 퍼킨스 등 주요 투자사들로부터 모은 누적 자금은 3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지난 2월에 처음 선보인 인스팅트가 실리콘밸리에서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존 AI 에이전트의 한계를 극복한 뛰어난 실행 능력이 있다.

기존 에이전트들이 공식 API를 갖춘 일부 앱에서만 제한적으로 기능했던 것과 달리, 인스팅트는 인간이 하듯이 화면을 인식하고 직접 클릭하고 입력하는 컴퓨터 제어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 덕분에 API가 없는 일반 웹사이트에서도 이메일 인증번호를 스스로 찾아 입력하거나 취소표가 나올 때까지 계속 사이트를 확인해 예매를 자동으로 완료할 수 있다.

복잡한 전용 앱이나 대시보드를 별도로 배워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아이메시지(iMessage) 문자나 전화 통화로 인간 비서에게 일을 맡기듯이 지시하면 스스로 처리해주는 '제로 UI(Zero UI)'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브라우저 창을 닫으면 작동이 멈추는 기존 챗봇과 다르게 클라우드 가상 환경에서 24시간 계속 실행되므로, 오랜 시간이 필요한 복잡한 작업을 백그라운드에서 마칠 때까지 진행할 수 있다.

코딩이나 데이터 분석 같은 기업 업무에 집중했던 기존 서비스들과 달리, 인스팅트는 주택 임대 검색이나 집수리공 찾기, 구독 서비스 해지 같은 번거로운 개인의 일상을 간편하게 처리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투자사 컨빅션의 마이크 버널 파트너는 "인스팅트는 단순히 질문에 대답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첫 번째 AI 비서"라고 평가했다.

노스이스턴 대학교를 자퇴한 후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시에라(Sierra)에서 경험을 쌓은 23세의 창업자 노아 신 CEO의 기술력과 실행 능력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신 CEO는 "플랫폼을 이용해 아파트를 임차하거나 집을 구매하는 사용자도 있다"며 "거의 모든 일상적인 과업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올 초 등장한 오픈소스 AI 비서 '오픈클로' 이후 컴퓨터 제어와 일상 자동화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전례 없이 높아진 시장 환경도 인스팅트의 빠른 성장을 촉진했다.

현재 인스팅트는 초대 기반의 비공개 테스트 기간 중으로, 기존 사용자로부터 초대를 받거나 대기열 승인을 획득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과업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민감한 개인 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요청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모델 학습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신 CEO는 보안 문제를 매우 중대하게 여기고 있으며 제품을 빠르게 개선해 안전성을 계속해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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