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더 이상 실험 아이디어 제안이나 논문 요약 같은 보조 역할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실제 실험실의 장비를 직접 제어하고 검증까지 책임지는 완전한 연구 수행자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27일(현지시간) '제미나이' 기반의 다중 에이전트 AI 시스템인 '코사이언티스트(Co-Scientist)'가 실제 연구 환경에서 이룬 성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코사이언티스트는 다중 에이전트 AI 체계로, 가설 수립부터 심층적 비판과 토론, 수정을 거쳐 논문 작성에 이르는 전체 연구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2025년 초 가상 환경 중심의 연구 아이디어 도출 AI로 처음 선보인 이후, 정식 연구 도구로 그 활용 범위를 넓혀왔다.
기존의 AI 연구 도구들은 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나 코드 생성 같은 제한된 영역에서만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이번 공개된 코사이언티스트는 실제 물리적 실험 장비와 직접 연결되어 가설 수립에서부터 실험 수행, 데이터 분석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폐루프(Closed-loop) 연구 체계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재료과학, 생물학, 컴퓨터과학,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재료과학 분야에서는 '제미나이 3 딥 싱크' 기반으로 실험실의 환경과 장비 제약을 고려한 맞춤식 합성 방법을 불과 수분 내에 설계했다. 그 결과 이황화몰리브덴(MoS₂), 이세렌화몰리브덴(MoSe₂), 이황화텅스텐(WS₂) 등의 단층 반도체를 첫 시도만에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생물학 분야의 연구에서는 제한된 시각 데이터만을 가지고도 유전자 조작된 대장균의 변형과 성장 행동을 정밀하게 예측했다. 실제 습식 실험실(wet-lab) 물리 지표 4개 중 3개를 정확히 맞춰냄으로써 실제 생물학적 현상에 대응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컴퓨터과학 및 의료 분야의 과제에서는 목표만 제시받은 상황에서 의료 전문 AI 구조인 'Agent_H'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코드를 작성한 뒤 실증 평가까지 모두 수행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닌 실제 연구 현장과 실험 장비와 결합시키려는 흐름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픈AI는 6월에 스스로 가설을 수립하고 실험과 검증을 수행하는 'AI 화학자'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자율 연구 수행 AI 개발 경쟁에 점화했다.
앤트로픽은 최근 '클로드'를 단백질 설계와 분석화학 연구에 투입했다. 15개의 단백질 표적 중 14개에 대해 표적 유도 결합체를 성공적으로 설계했으며, 위탁 연구소 수준인 96% 이상의 정확도로 핵자기공명(NMR) 및 액체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LC-MS) 원시 데이터를 약 20분 만에 분석하는 성과도 거뒀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설 생성과 실험 설계, 실행, 데이터 검증에 이르는 연구 프로세스 전반이 AI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현장에서 AI의 역할과 위상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