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묵혔던 제도, 이제야 가동
정부가 2009년 제정한 '공공토지의 비축에 관한 법률'에 따른 수급조절용 토지 매입을 처음으로 공개 추진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9월 29일부터 10월 28일까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내 3,300㎡ 이상 토지의 매각 신청을 받는다. 개인과 법인, 국가, 지방자치단체 명의의 등기 토지 모두가 신청 대상이다.
이 제도가 17년 만에 작동한 배경은 명확하다. 정부는 1월 29일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서 용산 일원 1만 2,600가구, 과천 경마공원 일대 9,800가구, 태릉골프장 부지 6,800가구 공급을 약속했으나, 대규모 공공용지를 추가로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신호다.
공공개발용과 수급조절용의 차이
수급조절용 토지는 '구체적인 사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장래 활용 가능성과 토지 시장 상황을 고려해 토지를 미리 확보하는 방식이다. 반면 공공개발용 토지는 도로·산업단지 같은 특정 공익사업이 이미 확정된 뒤 필요한 토지를 매입한다. LH는 지난 17년간 공공개발용 토지만 매입해왔고, 수급조절용 토지는 실제 추진한 적이 없었다.
정부는 3월 공공토지비축심의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수급조절용 토지 매입을 의결했다. 이는 중소규모 토지를 미리 확보한 뒤 사업성 검토를 거쳐 공공주택 건설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청·평가·계약 일정
신청은 LH 홈페이지, 우편, 방문을 통해 가능하다. LH 서울·인천·경기남부·경기북부 지역본부가 각각 접수를 담당한다.
평가 및 가격 결정 과정은 투명성을 중시한다. LH가 선정한 감정평가법인 두 곳의 평가액을 산술 평균한 금액을 기준으로 토지 소유자와 협의해 매입가를 정한다. 선정 기준은 인구·땅값 상승률 같은 지역별 수급 여건, 용도지역, 입지, 공공주택 사업 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한다.
일정상 LH는 연내 매입 대상지를 최종 선정하고, 2027년 2월부터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시사점: 공급난의 실질적 신호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서울 도심 내 대규모 공공용지 확보의 어려움을 반영한다. 용산·과천·태릉 사업들이 대규모 주택 공급을 약속했으나, 추진 과정에서 각종 이해관계와 인허가 지연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이제 3,000평 규모의 중소 필지들을 분산 매입해 공공주택 재원을 모으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읽힌다.
결론
LH의 수급조절용 토지 매입은 주택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상카드' 가동이다. 토지 소유자는 9월 말부터 신청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투자자와 개발사는 공공주택 사업 확대 방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다음 단계
- LH 홈페이지에서 신청 조건 및 서식 확인 (9월 29일 공개 예정)
- 보유 토지가 3,300㎡ 이상인 경우 평가액 사전 검토
- 2027년 2월 계약 체결 일정 고려한 협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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