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자 도구와 연구 분야에서 주목받아 온 앤트로픽이 이제 전자상거래라는 거대한 산업으로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기업들이 상용 AI를 활용해 B2B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오픈소스 청사진을 내놓게 된 것이다.
앤트로픽은 3일(현지시간) 쇼핑 에이전트와 머천트 에이전트를 구현할 수 있는 참조 구현 코드와 청사진을 '클로드 상거래 에이전트(Claude Commerce Agents)'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개발자들은 이 기반 위에 자신의 상품 카탈로그, 장바구니, 주문 시스템, 정책 및 내부 데이터를 연동하여 서비스 특성에 맞춘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다.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깃허브에 공개된 이 코드는 클로드 API는 물론 아마존 베드록, 마이크로소프트 파운드리, 구글 클라우드 버텍스 AI 등의 플랫폼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앤트로픽의 이 움직임을 단순한 코드 공개를 넘어 기업용 AI 시장에서 '상업용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의 표준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로 평가하고 있다. 쇼피파이, 프라이스라인 같은 글로벌 유통과 여행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초기 사례를 확보한 것도 이 시장 진입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비자가 접하는 쇼핑 에이전트는 여러 상품 요청을 동시에 처리한다. 카탈로그를 검색해 적절한 상품을 찾고 비교한 뒤 장바구니에 담는 식으로 작동하며, 주문 상태, 반품·교환, 환불 정책 같은 고객 상담도 같은 대화 안에서 처리 가능하다. 구매자의 선호도를 학습해 추천에 반영하는 개인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와 달리 머천트 에이전트는 점주와 관리자를 위한 도구다.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인기 상품과 부진 상품을 구분하고, 재고 부족이나 품절 위험을 감지하며, 판매 추이에 따른 가격과 프로모션 전략을 제시한다.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 방안이나 마케팅 캠페인 초안 작성도 지원하되, 에이전트의 제안사항은 실행 전 사람이 최종 승인하도록 설계해 의사결정 권한을 인간에게 남겨두었다.
리테일, 여행, 통신, 엔터테인먼트 티켓팅이라는 4개 산업에 특화된 실행 환경을 함께 제공한다. 각 업계의 특성에 맞춰 상품 판매는 물론 호텔·여행 예약, 통신 상품, 공연·스포츠 티켓 등에 필요한 에이전트의 업무 흐름을 참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기업들은 공개된 구현을 자사의 카탈로그, 정책, 브랜드에 맞게 수정하여 바로 활용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앤트로픽은 모든 기능을 하나의 거대한 프롬프트에 담거나 여러 하위 에이전트를 분산시키는 방식 대신, 하나의 에이전트에 필요한 '스킬'을 모듈처럼 조합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쇼핑 에이전트는 상품 탐색, 구매 조사, 계획 수립, 고객 지원, 개인화라는 다섯 가지 스킬로 구성되고, 머천트 에이전트는 판매 분석, 상품 관리, 재고 운영, 가격·프로모션, 마케팅 캠페인을 스킬로 갖춘다.
앤트로픽은 상거래 프로세스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러 하위 에이전트 간에 대화를 나누면 장바구니 상태, 고객 선호도, 주문 이력 같은 정보가 손실되고 추가 토큰과 지연 시간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하나의 에이전트가 대화 전체의 맥락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스킬을 호출하는 방식이 실제 상거래 환경에서는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상품이나 여행 일정 같은 결과를 단순 텍스트가 아닌 구조화된 도구 호출로 전달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하면 상품 목록, 비교 결과, 여행 일정 등을 애플리케이션이 화면에 직접 표시할 수 있어 대화형 쇼핑 경험을 구축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응답 스트리밍과 AI 작업 진행 상황의 실시간 화면 표시를 지원함으로써 사용자가 느끼는 대기 시간도 단축했다.
앤트로픽은 그간 특정 기업들과의 개별 협력이나 자체 실험 형태로 전자상거래 분야를 탐색해 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청사진 공개는 쇼핑몰과 플랫폼들이 즉시 도입 가능한 표준화된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를 제공함으로써 상업용 AI 생태계 형성을 주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