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분리 결정 후 조직 내 균열 가속화

정부가 지난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택도시자산공사' 두 기관으로 분리하는 조직 개혁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 이후 17년 만의 변화다. 개발공사는 택지 조성과 주택 건설을, 자산공사는 임대주택 운영과 주거복지를 담당하는 구조로 나뉜다.

그런데 조직 분리 발표 직후부터 LH 내부에서 인력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급속도로 표면화되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어느 부서로 가느냐가 곧 커리어를 가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한 LH 직원은 "택지·건축 쪽은 사업이 곧 성과이고 승진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 임대관리 쪽은 민원 처리와 시설 유지보수에 시달리면서도 실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조직 분리가 현실화될 경우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원인: 두 조직의 체급 차이와 재무 불균형

이 같은 쏠림 현상의 근저에는 두 기관의 재정 상황 격차가 있다. LH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173조7000억원, 부채비율은 230%를 넘는다. 이 부채의 상당 부분이 임대주택 건설·운영 과정에서 쌓인 만큼, 조직 분리 시 자산공사가 이를 상당 부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고 신도시 개발 이익을 거두는 개발 부문은 재무 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성과가 곧바로 실적으로 드러난다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는 한 조직 안에서 순환 근무와 인사 이동으로 부서 간 인력 불균형을 완충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기관이 완전한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면 이 같은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 우수 인력이 개발공사로 집중될 경우, 자산공사는 상대적으로 기피 부서가 인력으로 채워지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이는 곧 임대주택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전망: 교차보전 방안의 실효성이 관건

정부는 분리 이후에도 자산공사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개발공사의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하는 '교차보전' 장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재원 배분 방식과 규모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들 사이에는 "자산공사가 부채와 민원만 떠안는 조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지역 차원의 반발도 커지는 중이다. LH 본사가 입주한 경남 진주의 혁신도시는 조직 분리 과정에서 본사 기능이나 인력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될 경우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진주시는 정부에 대해 개편 방안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결론

LH의 조직 분리는 재정 건전화와 기능 효율화를 목표로 한 결정이지만, 인력 배치와 재정 재원 배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두 기관의 경영 격차가 고착될 수 있다. 특히 우수 인력의 쏠림을 제어하고 자산공사의 재정 자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메커니즘이 분리 이전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정부가 교차보전 방안의 세부 규모와 기간을 조속히 확정하고, 두 기관의 역할과 가치를 명확히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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