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험실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 전투 환경에 투입하기 위한 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단순한 정찰과 물자 운송 임무를 넘어 일반 병사와 나란히 전투에 참여하는 '로봇 전투원'의 운용을 검토하는 단계까지 이른 만큼, 중국의 군사용 로봇 기술이 새로운 수준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는 7일 중국군의 조달 공고, 학술 논문, 특허, 정부 문서, 국방 업체 자료 등 100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국방 당국과 인민해방군 육군 산하 연구 기관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군사 활용을 목표로 한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2025년과 2026년 사이 관련 연구와 개발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로봇이 주변을 인지하는 능력, 정밀한 조작 기술, 훈련용 데이터 확보 등이 핵심 연구 영역으로 떠올랐다.
인민해방군의 공식 기관지인 PLA 데일리는 지난달 중국에서 개최된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를 평가하면서, 연구진들에게 최신의 기술 성과를 연구 시설에서 군 훈련 현장으로 빠르게 이전하고 로봇 '전투원' 양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중국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군사 전환을 뒷받침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제조사들이 202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약 95%를 차지했다.
중국군이 계획하는 대표적인 운용 장면은 도시 전투다. 중국 인민해방군 국방과기대(NUDT) 연구팀은 2025년 8월 발표한 논문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봇개, 무인 차량 등 총 6대의 '전투 로봇'을 두 개 공격팀에 나누어 배치하고, 지상군과 함께 적군이 점령한 건물 안으로 침투해 각 층과 각 방을 정리하는 작전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향후 5~10년 내 실용화 가능한 기술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로봇의 구체적인 무장이나 전투 시행 규정은 명기하지 않았다.
PLA 데일리는 지난해 7월 휴머노이드 로봇의 역할이 '전투 보조에서 주력 전투'로 확대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간이 목표를 식별한 후 로봇이 생명체에 대해 사격할 수 있는 방식에 관한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어, 로봇이 장차 보급과 정찰이라는 제한적 역할을 벗어나 능동적 전투 역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구매 움직임도 현실화되고 있다. 2025년 5월 인민해방군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구입과 설치, 기술 훈련을 위한 입찰을 공고했으며, 같은 해 NUDT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지능형 인식 및 정밀 조작 체계' 확보를 위한 조달 공고를 냈다. 올해 6월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훈련에 필요한 카메라, 레이더, 동작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시스템 구축에 30만 달러(약 4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국영 방산 기업 노린코(Norinco)도 개발에 참여했다. 지난 8월 공개한 '푸시(Fuxi)' 휴머노이드 로봇은 경계 근무, 24시간 정찰, 지능형 순찰, 위험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춘 것으로 홍보되고 있다. 원격 제어 시스템을 활용하면 인간이 로봇을 직접 조종할 수 있어서, 완전 자율 운영의 기술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다만 휴머노이드 로봇을 즉시 전선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여러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 로봇들은 에너지 소비량이 많고, 통제된 환경을 벗어나면 안정성과 신뢰도가 떨어지며, 전투 상황의 불규칙한 환경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과제다. 로이터도 현재 무장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인민해방군 전투부대에 투입됐다는 확실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율 로봇이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거나 항복한 병사를 식별하면서 국제인도법을 지킬 수 있는가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3월 인공지능 무기는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