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미국 특허청 등록, LG의 특허 매각 연쇄 중
LG전자가 지난 8월 하순 중국 아너에 미국 영상 표준특허(SEP) 15건을 양도했다. 미국 특허상표청 기록에 따르면 '비디오 처리 시스템 화면 간 예측을 위한 방법·장치'(등록번호 US11,102,478) 등이 포함된 이번 양도는 LG전자의 체계적 특허 수익화 전략의 일환이다.
LG전자는 2021년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후 보유하던 전 세계 표준특허 약 24,000건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최근 3년간 LG전자의 주요 미국 특허 양도 기록은 다음과 같다.
- 샤오미 모바일 소프트웨어: 59건(2025년)
- 노키아: 298건(2025년)
- 오포: 55건(2023~2024년)
- 비보: 47건(2024년)
- TCL킹: 14건(2024년)
- 토요타: 16건(2026년)
중국 주요 스마트폰 업체 중에서는 아너, 오포, 비보, 샤오미가 LG전자로부터 특허를 매입했다. 유독 화웨이만 LG전자의 특허를 매입하지 않은 상태다.
원인: 아너의 기술력 강화 필요와 LG의 전략적 선택
아너는 2020년 화웨이에서 분사한 완제품 제조사다. 2019년 미국 정부 제재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위축되자, 화웨이는 스마트폰·노트북·태블릿 등을 독립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자회사 아너를 분사시켰다. 현재 화웨이와 아너는 별도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아너는 국제 표준 관련 특허 보강이 지속적인 과제였다.
LG전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전략적 이유가 있다. 첫째, 휴대폰 사업 철수로 남은 막대한 표준특허를 현금화해야 한다는 재무 압박이다. 둘째, 2022년부터 특허 라이선스업을 정식 사업목적에 추가한 후 수익화 확대를 추진 중이다. 셋째, 특허를 매각함으로써 향후 특허관리전문기업(NPE)이 LG전자나 LG그룹 고객사를 상대로 특허분쟁에 악용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LG이노텍이 매각한 무선충전 특허 등이 NPE에 의해 국내 기업 상대로 분쟁에 활용된 사례가 있었다.
거시 배경: 미국 제재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이 거래의 배경에는 더 큰 산업 구도 변화가 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는 단순한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통신 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로 인해 국제 표준 특허에서 여전히 강세지만, 스마트폰 완제품 시장에서는 크게 축소되었다. 그 틈을 오포, 비보, 샤오미, 아너 같은 중국 후발 업체들이 채우고 있으며, 이들은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선진국 기업의 특허를 적극 매입하는 중이다.
LG전자의 특허 매각은 단순히 자산 정리를 넘어, 국제 표준 경쟁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다. 특히 영상 표준특허는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 다양한 제품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기본 기술로, 아너의 국제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인다.
전망과 시사점
LG전자의 특허 매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보유 중인 24,000건 중 현재까지 몇백 건 수준만 매각한 상태이고, 특허 라이선스업을 정식 매출 흐름으로 편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특허 보강 경쟁은 심화될 전망이다. 오포와 비보, 샤오미 같은 주요 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선진국 특허를 매입하는 것은 국제 시장에서의 패권 경쟁이 첨예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화웨이와의 거래 부재는 의미가 크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아래서도 통신 표준특허 분야에서 최강이고, LG전자와의 직접적인 거래가 없다는 것은 지정학적 위험 회피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결론
LG전자의 아너 특허 양도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통신 산업의 재편과 미국-중국 기술 경쟁의 심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 철수로 남은 특허 자산을 수익화하는 동시에, 중국 후발 업체들의 기술력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향후 주목할 점은 다음과 같다.
- LG전자의 추가 특허 매각 규모와 속도 추이
-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매입한 특허의 실제 기술 적용 여부
- 미국 정부의 중국 기업 특허 매입에 대한 규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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