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요 대도시가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가 있다. 바로 심화되는 주택난이다. 에릭 애덤스 뉴욕 전 시장이 8일 서울 장충아레나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지식포럼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메가시티에서 주거문제는 시장의 최우선 과제다. 도시에서 주택은 "사람이 잠자는 네 벽"이 아니라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미래를 계획하고 아이들이 숙제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도시에서는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시되는 해결책이 바로 '도시 구획 조정(City Rezoning)'이다.
주택난의 근본 원인, 공급 제약과 경제 악재의 결합
주택난이 심화되는 배경에는 단순히 부지 부족만이 아니다. 뉴욕에서도 이미 주거 공간을 보유한 주민들이 자기 지역사회에 새 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주택 공급을 원하는 쪽의 입장과 충돌하는 구조적 갈등이다.
동시에 경제적 악재가 건설 공급을 가로막고 있다. 금리·자재비·인건비 인상의 삼중고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개발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많은 개발업자들이 2008년 주택 위기의 기억으로 인해 현 시점의 투자에 조심스러워하는 상황도 겹쳐있다. 이렇듯 심리적·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토지 확보를 통한 신규 개발 진입 장벽이 극도로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땅을 찾는 것에서 기존 용지의 효율적 활용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
도시 구획 조정의 핵심, 기존 건물 증축과 용도 변경
도시 구획 조정의 핵심은 간단하지만 효과적이다. 이미 존재하는 건물과 용지에 대해 기존 건물 증축을 허용하되, 용도 변경과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뉴욕의 사례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은 상업 공간을 주거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증축을 허용할 때 단순한 공급 확대가 아닌 사회적 형평성까지 고려한 조건을 부과했다. 즉, "더 많이 지으려면 그 일정 비율을 부담 가능한 주택으로 공급하라"는 조건을 달아, 고급 주택 증가로 인한 도시 양극화를 제어한 것이다. 뉴욕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도시 구획 조정을 거쳐 이를 실현했다.
자금 조달의 혁신, 공적 자금의 전략적 활용
주택 공급을 실현하기 위해 뉴욕이 취한 또 다른 방법은 미국 건설 노동조합과의 협력을 통한 연기금 활용이다. 금리와 자재비가 높은 현 상황에서 전통적인 민간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공적 자금을 활용한 장기 주택 공급 모델을 구성한 것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에 근접한 주택 공급을 실현한 사례가 있다. 이는 주택 공급 과제가 단순한 민간 개발자의 영역을 넘어 공공과 민간의 협력 구조를 요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에의 함의와 도시 정책의 방향
뉴욕 전 시장은 한국의 도시 재정책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메가시티 주거문제의 해결은 단순한 신규 공급이 아니라, 기존 도시 자산의 재활용과 규제 개선, 공적 자금의 전략적 투자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도시 구획 조정은 단기적으로 주택 공급량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활력을 회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빈 건물과 유휴 상업공간의 재활용은 도시 재생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확산으로 늘어난 빈 오피스 공간 활용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결론
메가시티의 주택난을 푸는 열쇠는 기존 자산의 효율적 재활용에 있다. 뉴욕의 사례처럼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공적 자금 활용을 결합하면 현 시점의 금리 부담과 공급 부진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실행을 위한 다음 단계:
- 기존 상업공간 현황 파악 및 주거 전환 가능성 검토
- 용도 변경·용적률 상향에 따른 인센티브 및 부담 비율 설계
- 공적 자금 투자 채널 마련(연기금, 공공임대주택 기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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