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뇌 이해에만 그치지 않고, 생물의 신경망 구조를 온전히 디지털 환경에서 재현하는 수준까지 나아가고 있다. 초파리의 뇌와 신경 연결 체계 전체를 디지털화한 연구 결과가 공개되자마자, 개발자들이 이러한 신경 데이터를 게임 조작에 응용하는 독창적인 실험들을 연이어 내놓기 시작했다.

구글 리서치와 HHMI 자넬리아 연구캠퍼스의 연구팀은 현지시간 7일 성체 수컷 초파리의 뇌 전체와 중추신경계를 정밀하게 매핑한 신경 연결지도(커넥톰·Connectome)를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했다.

수백만 개의 2차원 현미경 사진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3차원 신경망 데이터로 변환한 결과물이다. 과학계가 이 발표를 내놓은 지 불과 며칠 만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이 데이터를 활용해 클래식 게임을 조작하는 실험을 선보이면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뇌와 중추신경계 내 16만6000개 이상의 뉴런을 복원하고, 이들 간의 연결 관계를 담아낸 커넥톰을 완성했다. 구글의 설명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이용해 수백만 장의 2차원 현미경 영상을 종합하고, 각 신경세포를 3차원 형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 과정을 통해 초파리 신경계의 구조와 뉴런들 간의 상호 연결 방식을 훨씬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초파리는 유전학 및 신경과학 연구에서 오랫동안 주요 연구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간에 비해 훨씬 더 단순한 신경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감각 정보 처리, 운동 제어, 학습 등 여러 신경학적 기능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뇌와 중추신경계 전체의 연결망을 파악하면 개별 뉴런의 위치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뉴런들 간의 연결 상태와 정보 전달 경로까지 추적할 수 있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이번 성과를 뇌의 이해를 앞당길 수 있는 신경과학 분야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특히 인공지능이 방대한 양의 이미지를 처리하고 복잡한 신경 구조를 복원하는 데 활용되고 있는 만큼, 인간의 뇌와 다양한 생물의 신경계 연구에서 인공지능 기반 분석 기술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연구팀의 발표 직후 커넥톰의 실제 활용 가능성을 예상 밖의 방식으로 시험해보는 프로젝트들이 나타났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공개된 초파리 뇌 모델을 활용해 고전 비디오 게임을 학습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것이다. '둠(Doom)'과 '슈퍼 마리오 64' 게임을 대상으로 한 실험들이 연이어 공개되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알렉스 워머스는 16만6700여 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진 초파리 뇌 모델에 '둠' 게임 화면을 프레임 단위로 입력하고, 신경세포의 활동 패턴을 게임 조작 신호로 바꾸는 실험을 수행했다. 게임 화면의 시각적 자극이 초파리의 감각 뉴런을 활성화하도록 설정하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신경 활동을 캐릭터의 이동이나 공격 같은 게임 명령어로 대응시키는 구조이다.

게임 내에서 손상을 입을 때는 초파리의 보상 회로를 흉내 내기 위해 특정 도파민 뉴런에 추가 자극을 가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뇌 모델이 게임 환경에 적응하여 행동 양식을 터득하고 궁극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소스코드는 오픈소스로 공개되었으며, 초파리 뇌의 뉴런 활동과 게임 학습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제공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제시카 파켓은 동일한 커넥톰 데이터를 이용하여 '슈퍼 마리오 64' 게임을 실행하는 실험을 선보였다. 공개된 영상에는 마리오 캐릭터가 계속해서 점프를 하다가 벽에 충돌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아직까지는 게임을 숙련되게 플레이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실제 생물의 신경 연결망을 디지털 세계에서 게임 조작으로 활용했다는 의미에서 주목할 만한 실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목할 점은 파켓이 이 프로젝트에 사용된 코드가 인공지능으로 작성되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는 최첨단 AI 코딩 도구와 공개된 신경과학 데이터가 결합함으로써, 전문 연구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복잡한 생물학적 모델을 활용한 실험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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