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 증시는 글로벌 악재에 휘청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 3% 가까이 급락했다가 밑꼬리를 달고 1.76% 내려 마감했고, 코스닥도 1.95%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 초반 4~6% 급락했지만, 자사주 매입 수급에 힘입어 낙폭을 좁혔다. 이면에는 미국 시장 악재와 국내 수급 요인이 얽혀 있다.

유가·금리 '동반 상승'이 뿜어낸 충격

일차적 충격은 미국발 악재에서 비롯됐다. 유가가 WTI 기준으로 100달러를 돌파하며 전날 대비 7% 상승해 102달러에 도달했고, 오늘 아침엔 104달러까지 올랐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4.95% 근처까지 올라갔으며 30년물은 5.36%에 도달했다.

문제는 금리와 유가가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다. 지난 며칠간 유가만 오를 땐 시장이 지켜보는 태도를 취했지만, 금리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어제 발표된 미국 PPI(생산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상회한 데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재부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가 상승 배경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 이란과 미국 간의 공습과 재보복, 예맨 반군의 활동으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까지 동시에 차단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유가가 150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다음주 FOMC가 진짜 분수령

오늘 오후 9시 30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될 예정이다. 만약 CPI도 예상치를 상회하면 다음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현물 시장에서의 금리인상 확률은 이미 70%까지 올라와 있다. 이것이 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다.

다만, 금리 인상 자체가 곧 악재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2022년처럼 급격하고 대규모로 인상되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시장이 버텨낼 수 있다는 관점이다. 실제로 미국 증시도 4일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주 저점 근처까지 밀렸지만,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 흔들리는 수급을 지탱

한국 증시가 최악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덕분이다. 두 회사는 8월 말부터 매일 1조 원대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원래 11월 말 완료 예정이었지만 진행 속도가 빠르면 10월 중순에 마무리될 수 있다.

이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8월 말부터 장 초반에 주가가 하락했다가 장 중반 이후 반등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자사주 매입 수급의 개입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늘도 코스피가 장 초반 거의 3% 가까이 빠졌다가 1.76%까지 낙폭을 좁혔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10월부터는 기업 실적 시즌이 시작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월 말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추가 주주환원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 문화가 과거보다 현금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급 지지층이 두터워질 수 있다.

반도체 약세, 전력·MLCC로 주목 이동

주목할 만한 섹터 변화도 일어났다. 반도체 관련주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력 관련주와 MLCC(다층세라믹 콘덴서) 관련주가 강세를 띠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MLCC 공급 부족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MLCC는 원가에서 1%만 차지하지만 없으면 수출을 못 하는 핵심 부품이다. MLCC 납품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아모택은 상한가를 기록했고, 콘덴서와 MLCC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이는 AI 인프라 구축의 다음 단계를 반영한다. 반도체에서 전력까지, 그리고 이제 에너지저장 및 전자부품까지 AI 밸류체인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 전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MLCC 종목들이 반도체 대형주의 약세에도 독립적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긍정 신호도 포착

부정적 신호만 있는 건 아니다. 오라클의 분기 실적이 AI 투자 사이클의 견고함을 다시 확인시켰다. 오라클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으며, 클라우드 비즈니스에서의 점유율도 5%에서 7%로 확대했다. TSMC는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제너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GPT-6 모델이 AGI(인공일반지능)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고, 이는 AI 컴퓨팅 수요가 더욱 폭발할 것임을 시사한다.

오라클 부채 우려나 CDS 프리미엄 상승도 과도한 걱정으로 보인다. 오라클 최고경영자 래리 엘리슨은 일론 머스크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CEO'로 지명한 인물이며, 오라클은 정부와 CIA 같은 보안 요구 고객층도 확보하고 있다. 단기 노이즈일 가능성이 높다.

9월 24일에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도 긍정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 선거 후 전쟁을 종료하겠다고 밝혔고, 중국과 미국 간에 상호 관세 조기 합의 논의도 나오고 있다. 관세나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된다면 유가와 금리 상승도 제한될 수 있다.

결론

11일 증시는 글로벌 악재에 흔들렸지만, 국내 수급과 글로벌 기업 실적이라는 두 개의 지탱대가 완전한 붕괴를 막았다. 핵심은 다음주 FOMC 결정과 금리 방향이다. 현금을 20% 보유하며 변동성에 대비하되, AI 인프라 확대 추세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서두르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반도체 대형주보다는 전력과 MLCC 같은 AI 밸류체인 전반에 눈을 돌릴 시점이다.

  • #증시전망
  • #금리인상
  • #AI투자
  • #반도체
  • #자사주매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