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구성의 급변화, 지표로 읽다
지난 8월 기준 전국 집합건물(아파트·빌라 등) 2채를 보유한 다소유지수가 11.083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2월(11.081)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다소유지수는 전체 집합건물 보유자 중 2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다주택자의 비중이 축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의 하락세는 뚜렷한 추이를 보여준다. 올해 1월 11.307에서 시작한 지수는 6월 11.155를 거쳐 8월 11.083까지 계속 내려앉았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해 7월 11.357이 최고점이었다는 것으로, 약 1년 만에 0.27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44개월 만에 처음 11.1 아래로 떨어진 데는 명백한 정책적 전환이 작용하고 있다는 신호다.
정책 충격의 누적 효과: 세제와 대출규제
다주택자 비율 급락의 주요 원인은 정책 결정의 동시 작용에 있다.
먼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다. 지난 5월 9일을 기점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우대 조치가 끝났다. 이것만으로도 시장에 변수가 되기에 충분했으나, 그 위에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압박이 더해졌다.
정부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32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 다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주택가액별로 차등 적용해 공제를 감소시킨다.
-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 보유 공제를 제거하고 공제액을 10억원으로 한정한다.
대출규제도 동시에 작동했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다주택자의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금지했다. 이는 만기가 도래한 다주택자가 기존 대출을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자금 조달 경로를 제한하는 행위가 곧 매각 압력으로 직결된 셈이다.
다만 정부는 완전한 압박만은 아니다. 2028년까지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퇴로'를 열어뒀다.
시장 반응: 강남3구 매물 급증과 향후 전망
이러한 정책 변화가 실제 거래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신호는 강남3구의 매물 증가다.
지난 3일 기준 강남·서초·송파 3개 구의 매물은 총 2만6268건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2만2182건)과 비교하면 18% 증가한 것이다. 이는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일부 다주택자의 조기 처분 움직임을 시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세제개편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본격적인 매물 출회가 시작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다만 현 시점의 매물 증가를 기회 삼아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매수자들이 나타나면서 매수·매도자 간 눈치보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가 원복되면서 일부 완화된 면이 있다"면서도 "세액공제 한도 신설이나 거주·보유에 따른 공제율 차등 적용, 종부세율 인상,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 신설 등 실제 세 부담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은 그대로 유지됐다"고 평가했다.
결론
2주택자 비율의 44개월 만 최저점 기록은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재편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세제개편, 대출규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가·다주택 시장에 구조적 압박이 형성되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라면 정책 확정 일정과 자신의 세금 부담 규모를 면밀히 재계산해야 한다. 신규 매수자라면 증가한 매물을 비롯한 공급 증가 시장에서 협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검토할 시점이다. 투자자라면 2028년까지의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기한을 의사결정의 명확한 기준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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