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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 입찰 경쟁·최저가 선정이면 괜찮다?

최승호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9일 공개한 입장은 단순명쾌해 보인다. 조끼 발주 계약을 자신의 장인 회사와 체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복수 업체의 가격과 납품 일정을 비교한 후 가장 저렴한 견적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비교견적 상 더 낮은 가격"을 계약했고, 공동투쟁본부 집행부의 동의 하에 진행했으며, 위원장 본인은 "리베이트, 수수료, 환급 등 어떠한 금전적 이익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통상적인 발주 프로세스를 따랐다는 의미로 들린다. 하지만 이 논리에는 몇 가지 치명적 균열이 있다.

맹점 1: 공시 없는 '개인 관계사' 선정의 투명성 문제

가장 먼저 의심해볼 지점은 계약 과정 자체의 투명성이다. 뉴스에 따르면 이는 조합원 익명 채팅방의 글로 처음 공개된 것이다. 집회 준비 물품 발주라는 공금·조합비 사용 사안을 조합원 전체에 공시하지 않고 내부 집행부끼리만 동의한 후 집행한 후, 문제가 제기된 뒤 설명하는 구조다.

역사적으로 조직 내 '친인척 계약' 논란은 경쟁 입찰 과정보다 사전 공시 여부와 절차적 투명성에서 적발돼 왔다. 한국의 공공기관, 정부 부처, 대형 기업들도 '최저가 입찰'을 이유로 규제를 피한 적이 드물다. 오히려 규제 당국은 "왜 애초에 그 업체만 입찰 대상에 올렸는가"라는 선정 과정을 먼저 본다. 조합원 다수가 계약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면, "공정한 경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맹점 2: '더 낮은 가격' 주장의 근거 부재

최 위원장은 "비교견적 상 더 낮은 가격"이라고 반복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뉴스에는 다른 업체들의 견적액, 차이의 규모, 납품 일정 비교 결과 등이 명시되지 않았다. 이는 공문서나 회의록 공개 없이 "비교했다"는 주장만 남긴 것이다.

실제로 이런 식의 발주에서 자주 발견되는 함정은 다음과 같다:
- 비교 업체가 실제로 경쟁력 있는 업체인가?
- 동일한 조건(품질, 납기, 하자 책임)으로 비교했는가?
- 최저가 업체가 나중에 납기 지연이나 품질 문제로 추가 손실을 초래하지 않았는가?
- "긴급 배포" 같은 일정 핑계가 실제 최저가 업체 선정을 피하는 데 사용되지 않았는가?

뉴스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긴급한 조끼 배포 일정에 맞추기 위한 판단"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일 수 있다.

맹점 3: '부당 이익 없다'와 '신뢰도 훼손'은 별개

최 위원장은 자신이 금전적 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노조의 공금을 통해 가족 관계사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도 하나의 이익 형태다. 회사의 시각에서 보면, 최 위원장이라는 노조의 최고 지도자와 개인 관계가 생기는 것이고, 이는 향후 추가 발주의 문이 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도다. 노조는 노사 관계에서 노동자 측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본으로 한다. 최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부당 이익을 챙기지 않았더라도, 계약 구조 자체가 의혹을 유발하도록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면, 일단 조합원들의 신뢰는 손상된다. 최 위원장은 글에서 "현재는 이런 계약조차 조합원들 입장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원천 제외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사후적 인정이다.

리스크: 나머지 계약들은?

뉴스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지난 3월 공동투쟁본부 구성 이후 홍보활동과 집회 준비 등 다수의 물품·용역 계약이 진행됐다"고 했다. 이 중 장인 회사와의 조끼 계약만 문제가 되고 있지만, 다른 계약들에 대한 공시와 검토는 어디 있는가?

현재 도마 위의 것은 '부당 이익' 혐의가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이다. 만약 관계 기관에서 이 사건을 조사한다면, 초점은 금전적 리베이트보다 '공금 사용 과정의 투명성'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조합법, 부당한 집회 보조금 규정, 조합비 사용 기준 등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이번 논란에서 핵심은 "정말 부당 이익이 없었는가"가 아니라, 다음 세 가지다:

  • 계약 전 과정의 공개: 다른 입찰 업체들의 명단, 각 업체의 견적액, 선정 기준을 명확히 공개했는가?
  • 조합원 사전 공시: 공금·조합비 사용 계약을 애초에 조합원에게 공시하고 동의를 받는 절차가 있었는가?
  • 유사 계약의 재검토: 3월 이후 다른 계약들도 동일한 기준으로 공개하고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최 위원장은 "가격과 납품 일정을 비교했다"는 주장만 반복하지 말고, 구체적인 증거(견적서, 회의록, 입찰 기록)를 공개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논란은 단순한 "가족 계약 의혹"을 넘어 노조 투명성 전반에 대한 의문으로 확대될 것이다.

결론

최승호 위원장이 "부당 이익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금전적 수수료 부재만으로는 '공금 사용의 정당성'을 증명할 수 없다. 노조가 조합원의 신뢰를 유지하려면 절차적 투명성이 필수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입찰 기록, 비교 견적서, 조합원 동의 과정의 공개만이 설득력을 갖는다.

실행할 다음 단계:
- 최 위원장과 노조는 해당 계약의 전체 입찰 서류와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
- 조합원들은 3월 이후 모든 대규모 계약 내역을 요청하고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 노조 지도부는 앞으로 공금 사용 계약을 조합원 총회 또는 공식 위원회 승인 절차로 제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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