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설지 않은 두려움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을 읽을 때, 저는 무엇보다 먼저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권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앞에서, 자기편을 단속하려는 손길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일 공개된 노조 지도부 간 대화 녹취록을 보면, 이송이 부위원장이 최 위원장에게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의 수의계약 문제를 직접 제기합니다. 최 위원장은 "8500만원에 싸게 계약했다"고 답했지만, 이전 보도에 따르면 실제 계약 규모는 약 3억7000만원대였습니다. 그 직후 녹취록에서 최 위원장은 이 부위원장에게 "근로 면제를 빼드릴 테니 광주로 가셔서 대응하세요"라고 말합니다.
근로시간 면제란 노조 간부가 회사와 정한 한도 안에서 임금 손실 없이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면제하는 제도입니다. 이것이 중단되면 간부는 현업에 복귀해야 합니다. 회계 문제를 제기한 직후, 권한자가 그 간부에게 이를 언급했다는 점—초기업노조 내부에서는 이를 보복성 조치라고 보고 있습니다.
같은 조직에서 일하는 우리의 걱정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라면 어떤 마음일까요. 뭔가 잘못 봤을 수도 있고, 모르는 게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아마 이럴 것 같습니다.
- "내가 말했다가는 어떻게 되지 않을까" — 조직 내 비판이 곧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
- "누가 이 문제를 제대로 챙겨주나" — 내부 감시 체계가 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
- "우리 조직이 정말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나" — 친인척 업체와의 계약, 사업부별 이해관계 충돌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불안감
실제로 초기업노조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중심의 운영을 놓고도 내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층위의 불신이 쌓여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붙잡을 수 있는 것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먼저,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는 점입니다. 노조 간부가 공개적으로 회계 문제를 거론했고, 최 위원장이 "총회는 위원장 직권"이라고 답한 대화까지 녹취록으로 남았습니다. 이것은 누군가 이 문제를 기록하고, 밖으로 알렸다는 뜻입니다. 조직 내 민감한 대화마저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완전한 은폐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내부에서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이송이 부위원장처럼 불편함을 용감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조직은 자정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이 실은 변화의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셋째, 이 논란이 공론화되었다는 것 자체가 방어막입니다. 밝혀진 일에 대해서는 무시할 수 없고, 무언의 압박도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조직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보복성 조치는 더욱 드러나게 됩니다.
결론
장인 업체와의 계약 의혹, 권한을 바탕으로 한 압박, 사업부별 이해관계의 충돌—이 모든 것이 한 조직 안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불안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행동:
- 당신이 속한 조직에서 투명성을 요구하는 절차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세요 (노조 총회, 감시 위원회, 감사 규정 등)
- 비슷한 상황을 목격했다면, 기록으로 남기고 적절한 경로(내부 감시 기구, 상급 조직, 법률 전문가)에 알리세요
-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이런 불안감과 걱정을 나누는 것이 조직 개선의 첫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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